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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리 알려졌다시피 미국의 온라인 시장은 아마존이 장악했다. 이 유통 거인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아마존이 새로운 시장 진출 소식을 발표하면, 기존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할 정도다. 이러한 아마존 제국 속에서도 2011년 창업한 '츄이(Chewy)'는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 굳건한 존재감을 보인다. 아마존의 점유율이 50%가 넘지만, 츄이의 점유율도 34%나 된다.
     


    츄이의 모든 전략은 철저하게 고객중심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온라인 주문의 편리함에 동네 가게에서나 볼 법한 친절한 서비스를 더했다. 츄이가 반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을 DBR 320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자.

    제1막: 주얼리 쇼핑몰을 꿈꾸던 두 청년..츄이를 창업하다

    대학을 중퇴한 25살의 청년 라이언 코헨은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준비 중이었다. 공동 창업자 마이클 데이는 자바(Java) 관련 온라인 채팅에서 만났다. 두 사람이 처음 생각한 사업 아이템은 주얼리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 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정보 수집 차 간 주얼리 박람회에선 본인들이 액세서리에 대한 열정이 없다는 사실만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즈음 반려견의 사료를 사기 위해 애완동물 가게에 들러 직원과 상담하던 코헨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아마존도, 대형 애완동물용품점도 전문적이지 않으며 고객서비스도 엉망이다. 제품에 대한 수준 높은 지식을 자랑하며 동네가게처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코헨과 데이는 주얼리 쇼핑몰 오픈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반려동물 용품 전문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존과 달리 아이템에 대한 열정이 생기자 사업 준비는 가속화됐다. 3개월 만에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제품을 확보했으며 물류사와 파트너십도 맺었다. 그렇게 2011년 6월 츄이(chewy)를 런칭했다.

    불 꺼질 일 없는 고객서비스센터

    츄이가 아마존에 대적할 만한 존재감을 갖게 된 비결은 '고객중심주의'다. 츄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을 '펫 부모' 혹은 '펫 파트너'라고 부른다. 홈페이지에도 자사의 미션을 "반려동물 부모에게 가장 신뢰할 만하고 편리한 온라인 쇼핑몰이 되는 것"이라고 소개하며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고객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데 집착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소한 호칭 차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러한 호칭이 갖는 영향력은 강력했다.


    '고객 전화를 수 초 내에 받고, 이메일에는 1시간 내에 답장한다.' 츄이가 고수하는 원칙이다.
    단순히 빠르게 받는 것뿐만 아니라 서비스 질에도 집중한다. '에이전트'라 불리는 고객 상담원 직원들은 반려동물 및 취급 제품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교육받았다. 그렇다 보니 상담 내용 또한 구체적이다. 고양이의 배변 활동에 좋은 사료는 무엇인지, 10살짜리 레트리버에게 추천할 만한 영양 보충제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조언해 준다.

    반려동물 초상화 등 깜짝 선물 공세

    고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감동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일례로 츄이는 첫 구매 고객에게 직원이 수기로 쓴 감사 카드를 보낸다. 반려동물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도 카드를 써서 보낸다. 혹여 반려동물이 사망할 경우, 주문 취소 접수가 가능한 것은 물론이며 위로 카드와 꽃다발까지 집으로 보내준다. 실제로 애완견을 잃은 고객 '조던 레드먼'은 "츄이의 배려가 정신적 고통을 더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츄이는 '무조건적 만족 보상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어떤 이유에서든 소비자가 불만족하면 환불해 주는 제도다. 가능할까 싶은 서비스지만 츄이는 환불 이상으로 고객을 만족시킨다. 만약 소비자가 새로 구입한 사료를 반려동물이 좋아하지 않아 환불을 요구할 경우, 즉각 환불해 준 후 해당 사료를 근처 동물 보호소에 기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고객들이 가장 만족하는 츄이의 서비스는 반려동물의 초상화다. 츄이는 매달 1000여 명의 고객을 선정해 전문 작가에게 의뢰 제작한 반려동물 초상화를 보내준다. 구체적인 선정 기준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반려동물의 사진을 계정 사진으로 올려놓은 고객, 에이전트와의 상담 중 반려동물 사진을 보여준 고객에 한해 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반려동물 초상화 제작 비용이 약 100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 서비스가 아니다.

    이러한 츄이의 깜짝 선물은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느낀 감동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도록 만든다. 조셀린 크로프트는 트위터에 츄이가 보내 준 반려견 비비의 그림을 올리며 '비비는 이제 18살이라서 앞으로 얼마나 나와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른다. 츄이, 고마워!'라는 글을 올렸다.

    제2막: 교체된 CEO, 유지된 고객중심주의

    2017년 4월 미국의 대형 반려동물 용품 유통 업체인 '펫스마트(PetSmart)'가 33억 5000만 달러에 츄이를 인수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8년 3월, 코헨은 자신이 2017년에 영입한 '서밋 싱'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CEO 자리를 물려줬다. 싱은 아마존에서 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의 글로벌 사업 진출을 담당한 IT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CEO가 교체된 후에도 츄이의 고객 중심 전략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시장과 언론은
    츄이가 고객 감동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곤 한다. 이에 대해 싱은 "비용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 구축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고객 감동 서비스를 통해 반려동물 부모와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면 고객 충성도가 높아지고 이것이 성장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츄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규 가입 후 3년째 되는 해에 고객이 지출하는 비용이 첫해의 3~4배에 달한다. 또한, 2020년 확보한 신규 고객은 이전 신규 고객보다 지출 비용이 높고 1년 차 고객의 지출도 해마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 헬스케어 서비스 및 자사 제품으로 수익성 강화

    싱은 고객과의 관계 강화뿐 아니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와 자사 브랜드 사업 강화가 대표적인 예다. 헬스케어 서비스에는 일반의약품 외에 처방전도 집으로 보내준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원격 진료 서비스 '수의사와의 연결'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는 고객이 츄이의 수의사와 온라인 채팅으로 상담을 받는 서비스다.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수의사가 츄이와 제휴를 맺은 동물병원으로 고객을 연결해 준다.


     
    이 서비스는 츄이의 정기구독 모델인 '오토십(Autoship)' 가입자에게만 무료 제공된다. 사료나 간식, 배변 패드 등 소모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오토십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 팬데믹 속에서 소비자들이 반려동물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쓰는 만큼, 헬스케어 서비스는 오토십 가입률을 유지하고 확대하여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자사 브랜드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개와 고양이 사료 브랜드 '아메리카 저니(American journey)', 개의 치아 건강을 고려한 간식 브랜드 '닥터 리온(Dr.Lyon)', 휴먼 그레이드 수준의 개 사료 브랜드 '타이리(Tylee)' 등 츄이는 이미 자사 브랜드 라인업을 여럿 갖췄다. 지난해 자사 브랜드의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전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아마존 출신 CEO의 데이터 경영

    싱이 주목한 또 다른 부분은 '데이터 기반' 경영이다. 일례로 싱이 CEO로 취임한 직후인 2018년 여름, 아마존이 반려동물 용품 정기배송 서비스의 신규 고객에게 40% 할인 혜택을 제공하자 츄이 임원들은 기존 할인율을 40%로 똑같이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싱은 자사 고객이 가격 인하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츄이의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미 가치 있게 여긴다고 생각했다. 일주일간의 데이터 분석과 토론 끝에 츄이는 30% 할인율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경영 실적에서 아마존보다 할인율이 낮다 해서 경쟁에 밀리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싱의 리더십 하에 츄이는 본사 내 기술 담당 조직을 대거 확충하고 데이터 과학과 기계 학습, IT를 활용해 주문 예측, 재고 구매 및 배치 등을 개선해 운송 및 물류를 최적화해나가고 있다. 고도로 자동화된 아치볼드 풀필먼트 센터가 이러한 성과 중 하나다. 싱은 "서플라이체임과 풀필먼트는 혁신의 주요 대상"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팬데믹에도 선방..사상 첫 분기 흑자 달성

    '팬데믹이 배출한 승자.' 곧 창업 10주년을 맞는 츄이를 일컫는 수식어다. 작년 미국을 강타한 팬데믹 사태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의 수가 크게 늘었고, 외출이 어려워지자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사료며 물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같은 기간 미국 가정이 새로 입양한 반려동물은 수백만 마리, 온라인 펫 용품 시장은 40억 달러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시장 성장에 힘입어 츄이는 지난해 71억 5000만 달러(약 8조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2019년에 비해 47% 성장한 수치다. 작년 한 해에만 570만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며 총 고객 수는 1920만 명이 됐다. 주가 역시 크게 올랐다. 팬데믹 이전 30 달러를 밑돌던 츄이의 주가는 12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현재 80달러에 안착한 상태다.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 지출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에 2100만 달러 규모의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내기도 했다. 고객 및 매출 호가대로 높은 비용 구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단초를 보여준 셈이다.

    비록 여전히 아마존이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보이지만, 츄이처럼 반려인들에게 친밀한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오프라인 업체들의 빠른 온라인 전환, 바크박스(BarkBox)같은 정기배송 서비스 업체의 성장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츄이는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를 내세우며 자신감을 피력한다. 싱은 "우리는 제품과 기술로 뒷받침되는 경험 중심 회사"라며 "다른 회사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객 경험에 투자해왔기에 앞으로도 고객의 마음을 얻어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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