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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v.daum.net/v/20210615112020334




금융위기 직후였던 10여년 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신(神)이 내린 직장’ ‘신도 가고 싶어하는 직장’ ‘신이 숨겨놓은 직장’ 등의 유행어가 만들어졌다. 위기 이후 일자리가 불안해지자, 평생 다닐 수 있으면서도 업무 강도는 높지않은 직장이 최고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러나 당시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렸던 한국은행에선 최근 2030 세대 젊은 직원들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다. 핵심 부서인 한은 금융안정국·금융시장국 5년 차 직원이 민간 금융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 벤처캐피털(VC) SBI인베스트먼트 등으로 이직했다. 11년 차 과장은 쿠팡으로 갔고, IT기업·핀테크 기업으로 이직한 이들도 있었다. 지난 4월엔 총재 정책보좌관 부서로 발령이 난 한 직원이 자본시장연구원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예전 같았으면 중앙은행 직원이란 자부심으로 버텼을 텐데, 입사한 지 오래 되지도 않은 직원들이 사표를 쓰고 민간기업이나 금융권으로 이직하자 한은 내부는 술렁였다.
# 코로나19 한파가 한창이던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면세점 사업부 직원들에겐 연차에 상관없이 1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거액의 위로금에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대거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취업난을 뚫고 어렵게 입사했지만, 젊은 직원들에겐 한 번에 거액의 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조건이 더 매력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진 요즘, 거액을 받고 퇴사할 수 있다면 오히려 ‘대박’이라는 인식이 많다. 최근엔 시중은행에서도 과장급까지 희망퇴직을 속속 신청하고 있다.
누가봐도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는 2030 세대가 늘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다들 부러워하는 직장도 5년 내에 그만두고 입사와 함께 퇴사를 꿈꾸는 이들이 요즘 신입들이다. 최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1년 이내 조기퇴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49.2%가 ‘MZ세대(1980~2000년생)의 1년 이내 조기퇴사자 비율이 높다’고 답했다. 1년 내 조기퇴사자들은 입사 후 평균 5개월 이내에 퇴사를 결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난이 심각하다는데, 요즘 신입들은 왜 굳이 어렵게 입사한 회사를 금세 박차고 나오는 것일까. 왜 ‘철밥통(한 곳에 평생근무)’을 마다하는 것일까.
시간 낭비하며 버티지 않아요"
퇴사를 고민하던 20대 A씨. 그는 본인의 경력을 바꿀 수 있는 다른 업종에서 제안을 받고 퇴사를 고민고민하기 시작했다. 조심스레 면담과 부서장과 상담을 신청했다. 부서장은 "A씨는 지금처럼만 하면 충분히 부서장이 되고도 남는데 왜 퇴사하려고 하냐"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 부서장의 발언은 결국 A씨의 퇴사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부장처럼’ ‘편안하게’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형 e커머스 기업에 입사했다가 4년 만에 사표를 낸 B씨는 "주변을 둘러보니 50대는 임원급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며 "열심히 일해봐야 ‘기-승-전-치킨집 사장님’이 될 거란 위기감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회사 선배들과 대화를 나눌수록 불안감은 더 커졌다고도 했다. B씨는 "다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다니기 싫은 회사를 다니더라"며 "젊은 시절 내내 억지로 회사를 다니고 은퇴 후엔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 선배들의 인생"이라고 했다. 고심 끝에 B씨는 창업에 도전했다. 그는 "감을 잃지 않았을 때 최대한 빨리 회사 밖으로 나와 뭐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은에서 퇴사한 젊은 직원들도 경력관리 때문에 불만을 품은 경우가 많았다. 한은은 순환근무제를 택하고 있는데, 승진을 한 경우 지역본부로 2년 간 파견을 보내곤 한다. 만약 현재 파견된 부서가 본인이 원하지 않는 부서인 데다 승진이 겹치면 총 4년을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데 쓰게 되는 것이다. 선배들은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조언하지만 요즘 신입들에겐 통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도전하고 새로운 일을 배울 때 본인은 시간을 흘려보낸 후 ‘그저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압박이 크게 작용하는 셈이다.
보상 없는 직장 싫어요"
기업 특유의 수직적 문화를 극단적으로 싫어하고 수평적 관계를 요구하는 것도 요즘 신입들의 특징이다. 칼퇴 문화가 그들의 업무 스타일을 보여준다. 업무 시간이 끝나면 칼같이 퇴근하고, 그 시간에 상사가 일하고 있다고 해도 신경쓰지 않는다. 후배를 챙겨준답시고 선배가 갑자기 저녁을 사 주겠다는 것도 거부한다. 회사가 갑자기 본인의 일상계획을 망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요즘 신입들이 대기업만큼 일하고 싶어하는 곳이 스타트업이라는 점도 이런 이유에서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신입 구직자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구직자 10명 중 7명은 스타트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문화가 자유로울 것 같아서’(49.4%)였다. 스타트업 취업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 역시 ‘수평적인 조직문화’(34.6%)였다. IT 대기업에 다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C씨는 "과거 몸담았던 대기업에서는 팀장의 책장에 ‘90년대생이 온다’는 책이 꽂혀 있는 걸 보면 답답했다"며 "복장 자율화나 회식 자제는 당연한 것인데, 어쩌면 우리가 왜 퇴사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퇴사의 이유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에 걸맞은 합당한 보수도 중요한 요소다.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면, 그들은 오너와 경영진에게 성과급 기준이 무엇이냐고 당돌하게 묻는다. SK하이닉스 4년 차 직원은 올해 초 대표와 직원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익분배금(PS) 산정 기준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고, 한은의 젊은 직원들이 떠난 배경에도 연봉이 자리 잡고 있다. 한은의 한 조사역은 "단순히 연봉보다 수평적 문화와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기성 세대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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